항말라리아 효능이 있는 청호의 ‘발견’ (논문리뷰) by 한의학 문헌연구

항말라리아 효능이 있는 청호의 ‘발견’에 대한 고찰

(Reflections on the ‘discovery’ of the antimalarial qinghao)


수록된 저널명 : British Journal of Clinical Pharmacology 2006; 61(6): 666-70.

저자 : Elisabeth Hsu (옥스포드 대학 사회문화인류학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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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약인 청호(菁蒿)의 ‘발견’1)은 1960년대 후반 중국에서 전통 약물학 서적 안에 있는 약재들을 체계적으로 탐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청호 추출물이 항말라리아효과가 있다고 발표된 때는 1971년도입니다. 1970년대 후반에는 청호 추출물 안에 있는 활성 물질의 화학 구조가 발견되었고, 이 약의 상용화는 1986년부터 이루어졌습니다. WHO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청호의 주성분인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과 그 파생물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2004년부터는 이에 대한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 이래 중국에서는 항말라리아 치료제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었습니다. 중의학 발전을 국시로 천명했던 마오쩌둥 정부의 영향을 받아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부터 생물학 등 자연과학을 전공한 실험연구자들을 텍스트 해독능력이 있는 전통의학역사가들과 함께 전통의학문헌에서 약물을 발굴해 내도록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청호의 ‘발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사실 말라리아 치료 성분을 발굴하기 위한 첫 번째 후보 약재는 청호가 아닌 『신농본초경』에 기록된 상산(常山)이었습니다. 청호는 당시에 10개의 후보 약재 중 하나였지만 항말라리아 성분이 발견되지 않았었습니다. 왜냐하면 청호에 함유된 가장 활동적인 항말라리아 물질인 아르테미시닌은 물이 아닌 에테르에 용해되는 물질이었기 때문입니다.


묶음 개체입니다. 

        

묶음 개체입니다. 


전통의학문헌에 청호가 첫 번째로 기재된 것은 갈홍(葛洪, 284-363)의 『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이라는 책에서입니다. 이중 ‘治寒熱諸瘧方’이라는 편에 ‘청호 한 줌을 두 되 분량의 물에 담근 후, 짜서 즙을 내어 그것을 모두 먹는다(青蒿一握。以水二升漬,絞取汁。盡服之)’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약재 뿐 아니라 약재를 가공(법제)하는 방법에 관한 것인데, 갈홍이 신선한 약재 전체를 물에 담그고 그 후에 즙을 짜내라고 한 것은 아마도 청호 줄기와 잎에 함유된 물과 플라보노이드, 그리고 방향유로 이루어진 유화액(emulsion)을 만들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아르테미신이 추출되기 용이한 상태가 됩니다. 이러한 갈홍의 방법은 차로 마시거나 혹은 건재로 만든 후 탕으로 달여 먹는 방법과 차별되는 것이었습니다.


 갈홍 이후 본초약물학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이시진은 그의 저서 『본초강목』에서 송대에 활약했던 학자 심괄(沈括)의 의견을 받아들여 가을에도 잎이 에메랄드 빛 녹색을 유지하는지, 아니면 노란 색으로 변하는지에 따라 청호를 청호(개사철쑥; Artemisia apiacea)와 황화호(개똥쑥; Artemisia annua L.)로 나누었습니다. 이것은 현대 식물학에서 청호를 A. apiaceaA. annua로 나누는 방식과 거의 같습니다. 이시진은 청호의 종류를 구별하면서 청호(A. apiacea)의 효능을 더 높게 쳤는데, 이에 반해 현대 추출방법은 청호의 다른 어떤 종보다도 황하호(A. annua)가 아르테미시닌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위대한 학자도 틀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 apiacea로부터 아르테미시닌, 플라보노이드 그리고 다른 잠재적인 항말라리아 성분들을 추출해내는 전통적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A. annua로부터 추출해내는 것보다 더 효과가 있는지 테스트해 볼 가치는 있습니다.


그림입니다.<br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01e40005.bmp<br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62pixel, 세로 268pixel사각형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시진의 『본초강목』에 학질(瘧疾)을 치료하는 청호에 대한 언급은 있었지만 청호를 어떻게 가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갈홍의 『주후비급방』에 기재된 것과 같은 내용(以水二升漬,絞取汁)은 생략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원 출처가 있는 문헌에 대한 주의깊은 고찰이 필요합니다. ‘짜낸다’라는 의미의 ‘絞’는 최근에 문헌 전문가들이 원문을 번역하는 것에 번역가(혹은 저술가)들의 경험적 요소가 부여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이제야 비로소 중요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1) ‘발견’ :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였다고 하지만 그곳은 이전부터 있어왔을 뿐 아니라 전통부족 혹은 국가가 그곳에 일찍부터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최근들어 이런 ‘발견’의 시각은 서구중심주의적이라고 비판받고 있습니다. 한편 서구를 중심으로 한 과학계에서는 중국에서 예로부터 학질(또는 말라리아) 치료제로 사용해오던 청호를 자신들의 방법을 사용하여 ‘발견’하였다고 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러한 ‘발견’의 생경함을 나타내기 위하여 강조 표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덧글

  • 잘보고갑니다 2015/06/15 19:38 # 삭제 답글

    유용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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